▲ 국민건강보험공단 민옥경 은평지사장

통계청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2021년 사망자 317,680명 중 82,688명이 암으로 사망하였다. 암 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161.1명으로 2011년 대비 18.3% 증가하였으며 매년 증가하는 추세로, 주요 만성질환인 심장질환의 2.6배, 당뇨병의 9.2배, 고혈압성 질환의 13.3배에 이르러 사망원인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국민건강보험공단 진료비 통계에 의하면 건강보험 총진료비(공단부담금+본인부담금)의 12.7%에 육박하는 9.5조원이 넘는 진료비를 암진료비로 사용하고 있으며 최근 3년간 연평균 12.7%씩 증가하였다.

암환자의 생애 말기 암 관련 의료비의 규모와 양상에 대한 현황을 파악한 김혜림 등(2017)연구에서 사망 전 1년간 암 관련 의료비 1인당 평균은 총진료비 기준으로 암 관련 의료비 발생 집단에서 더 많았고, 사망 전 시기별 분석에서는 사망 6개월 전부터 암 관련 의료비가 증가하기 시작하여 사망 전 3개월 이내에 급격히 상승하였다. 또한 사망 전 진료비 분포에서도 사망 1개월 동안에 사망 전 6개월 동안 진료비의 27～44% 정도가 지출되었다고 보고되었다.

말기 환자에게 의료기술을 공격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자원 낭비임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무엇이라도 하는 것이 가치가 더 있다고 생각하여 임종 전까지도 무의미한 검사와 치료를 계속하기 때문에 사망 직전 의료비 비중이 높다고 한다. 또한 이런 의료비 부담에 대해 생애 말기 환자 가족의 54%가 환자의 질병 치료를 위해 저축금 중 전부 혹은 대부분을 사용하였고, 50%는 환자의 간병을 위해 일을 그만두거나 생활에 커다란 변화가 있었다고 한다. 주요 사망원인 중 1위를 차지하는 암 사망자 수와 암 관련 진료비 등 사회경제적 손실 규모가 크므로 사회와 국가의 관심이 필요하다.

의료이용을 하는데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 있는 건강수준과 보건의료제도 및 정책적 요인들이 사망 전 의료비용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변인이며, 의료비 결정요인으로 국민 건강 상태와 사망 관련 비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보고 자료도 있다. 사망 전 의료비 지출 관련 요인들에는 성, 연령, 사망원인, 기능 상태, 사전의사결정서 및 호스피스 등이 있다. WHO는 이 중에서 사전의사결정서 및 호스피스 제도를 말기 치료의 질 향상 및 의료비 절감의 목적으로 권고하고 있다.

호스피스‧완화의료는 말기환자 또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와 그 가족에게 통증과 증상의 완화 등을 포함한 신체적‧심리사회적‧영적 영역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와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의료를 말한다. 호스피스‧완화의료 서비스를 이용했을 때, 말기 암환자에게 필요한 적절한 통증관리, 본인부담금 감소와 경제적 부담의 감소, 소모적 의료행위 감소, 생존기간 변화 등 사망 전 효율적 의료이용이 제공된다.

호스피스‧완화의료 제도는 암관리법 제정과 함께 2003년에 말기환자 호스피스 시범사업을 시작하였다. 이어서 2009년에 완화의료 건강보험 수가 시범사업을 시작하였고, 2015년 7월 15일에 입원형 호스피스·완화의료 건강보험 일당정액제 수가 적용이 도입되었다. 2009년부터 가정형 호스피스, 자문형 호스피스, 요양병원 호스피스, 소아청소년 완화의료의 수가 시범사업이 수행되고 있으며, 2017년 8월부터 호스피스·완화의료 확대를 위해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는 등 호스피스 유형 확대에 따른 완화의료 이용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호스피스‧완화의료에 대한 대국민 인식과 태도, 이용 의도 등을 파악하기 위해 실시한 조사결과에서 호스피스‧완화의료의 역할에 대한 인식은 통증 및 정신적 고통완화와 질병치료 증상완화보다는 죽음이 임박한 환자를 위한 서비스가 훨씬 높았다. 호스피스‧완화의료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호스피스‧완화의료를 이용할 의향에 대해서는 통증이나 호흡곤란으로 고통이 심할 때보다는 사망할 것으로 예상될 때라고 답한 사람이 더 많았다.

호스피스‧완화의료를 이용하면 통증조절 및 증상완화의 치료로 생존기간을 늘릴 수 있고, 비급여가 일당정액제 및 행위별 수가에 포함되어 완화의료 환자의 진료비 부담이 감소되고, 불필요한 치료를 줄이고 호스피스 서비스 연계 이용에서 오는 의료비 부담 감소 등 이점이 있음이 여러 연구를 통하여 알려지고 있다.

호스피스‧완화의료 대상인 말기 질환자와 가족들의 고통을 예방하고 완화함으로써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 도입된 호스피스‧완화의료 제도가 더 많은 말기 질환자와 가족에게 알려져서 제도의 혜택을 이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